인도네시아의 다당제, 새로운 민주주의의 대안일까 ? >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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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4 | beesflow 인도네시아의 다당제, 새로운 민주주의의 대안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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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inet-Indonesia-Maju
조코위 인니 대통령 두번째 임기 첫 내각 구성  

지난 12월 27일, 한국 국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각에서는 다른 개혁 법안들의 통과와 더불어 20대 국회가 벼락치기 개혁 과제를 수행했다며 칭찬한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독재', '날치기' 등의 과격한 표현으로 이 선거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는데,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가 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강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비례대표제와 다당제는 대통령제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며 대통령제와 양당제를 채택하는 이른바 '민주주의 선진국'의 예시를 제시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타당할까? 이번 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민주주의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일부가 갖고 있는 다당제와 대통령제 조합에 대한 편견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는 1998년 수하르토 대통령 사퇴 이후 제도적·실질적 민주화가 진행되며 다당제가 정착되어왔다. 민주화 이후 인도네시아의 국회인 MPR(국민협의회, Majelis Permusyawaratan Rakyat, 아래 MPR)은 단원제보다는 양원제적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된다. 즉, MPR은 국민대표의회(Dewan Perwakilan Rakyat, 아래 DPR)와 지역대표의회(Dewan Perwakilan Daerah, 아래 DPD)로 구성된다. MPR는 총 711명으로 구성되어있으며, DPR 소속 국회의원 575명과 DPD 소속 지역 대표 136명을 포함한다. 이 수는 인도네시아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DPR과 DPD는 MPR 소속으로 헌법 제정과 주요국가방향을 결정하며, 각각의 역할로는 DPR은 법률의 제정, 예산 승인, 정부 감시 등의 역할을, DPD는 지방행정, 지방자치제 관련 사업 예산 입법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인도네시아의 다당제를 설명하는 이번 글에서는 국회의원인 DPR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장 최근 총선인 2019 총선에서는 총 9개의 정당이 원내 진입에 성공했으며, 집권 여당인 PDI-P 당이 128석(전체 의석의 약 22.26%)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Golkar와 Gerindra 당이 각각 78(14.78%), 78(13.57%)석을 얻었다. 이 세 당이 현재 인도네시아의 주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 당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겨우 50%를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당은 크게 빤짜실라(Pancasila, 인도네시아의 건국 이념으로 '다양성 속의 ?일'을 표방한다, 세속주의 정당) 정당과 이슬람 정당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독립 이후부터 이슬람의 정치 개입을 엄격하게 규제해왔기 때문에, 이슬람 정당도 빤짜실라의 원칙 안에서 운영되긴 하지만, 여기서 이슬람 정당이라 구분한 정당은 이슬람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표방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이 구분에 따라 2019년 총선 결과를 분석하면, 민주화 이후 진행된 총선 결과와 같이 빤짜실라 정당들이 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했으며, PKB, PKS, PAN, PPP 등 이슬람 정당은 전체 의석의 약 30%에 못미치는 의석(171석, 29.74%)을 차지했다. 이 수치는 인도네시아 정치를 이끄는 주요 정당은 세속주의 정당이지만,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이슬람 세력도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임을 나타낸다.
 
인도네시아 다당제를 추동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출 요건이다. 인도네시아 대선에서는 정·부통령 후보를 정당에서만 지명할 수 있다. 정·부통령 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해 봉쇄조항을 두고 있는데, 2004년에는 전국적 지지율 3% 이상인 정당이 후보를 지명할 수 있었으며, 2009년 이 기준은 강화되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25%이상을 득표하거나 국회의원 의석 20% 이상을 확보한 정당만 정·부통령 후보를 지명할 수 있게 됐다.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 합종연횡이 이루어진다. 합종연횡의 방식은 주로 정치적 '거래(transaction)'인데, 이는 부통령, 내각의 요직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민주화 이후 다당제가 유지되어온 인도네시아 정치는 2019년 대선 전후 다당제로 인한 연립과 연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다. 대선 후보들은 이슬람 표심을 잡기 위해 이슬람 정당 및 단체들과 활발히 연대하였으며, 대표적으로 이슬람 신앙에 대해 끊임 없는 의혹에 시달린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조직인 NU(Nahdlatul Ulama)의 마루프 아민(Ma'ruf Amin)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또한 대선 이후에는 상대 후보였던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대선에서 연정을 이룬 정당의 주요 정치인은 물론, 상대 당의 후보까지 내각에 포함시킨 것이다.
 
동남아시아 정치학자 맥스 레인(Max Lane)은 그의 책 Continuity and Chance after Indonesia's Reform에서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다당제 연립, 연합 정치를 '신정치(New Politics)'라 표현하였다. 신정치는 수하르토 군부 독재 시절 스스로가 이름붙인 국가 운영 질서인 '신질서(New Order)'에 조응하는 표현으로, '거래(transaction)의 정치'를 의미한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리더십에 의해 운영되던 수하르토의 신질서 시절과는 달리, 신정치에서는 민주화 이후 정치에 뛰어든 인도네시아 중산층 엘리트들이 서로가 가진 비슷한 이해를 바탕으로 거래를 통해 이익을 실현시킨다.
 
흔히 민주주의를 독재에 비해 소모적 논쟁의 발생으로 비효율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정치는 동질성을 가진 정치 주체들이 논쟁보다는 거래의 정치를 통해 나름의 효율성을 갖는다. 인도네시아의 신정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데올로기의 정치'가 아닌 '개인 성향(Personality)의 정치'를 가능케한다. 각 선거 때마다 합종연횡이 이루어지는 인도네시아 정치에서는 각 정당이 하나의 뚜렷한 이데올로기를 갖기 어렵고, 대선 후보,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등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정당의 성격이 규정지어진다.
 
처음으로 의미있는 다당제가 실현되었다고 평가받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제 1, 2당이 약 85%의 의석을 차지하고, 이후 재보궐 선거, 입당 등을 통해 양당 정치로 다시 수렴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인도네시아의 국회 구성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혹은 불안정하게 이해된다. 그러나 '다양성의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당제와 '거래의 정치'가 이질적 집단을 화합하며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는 가능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신정치 발현 방식을 통해, 적어도 정치적 혼란과 반목의 원인은 다당제 혹은 다당제와 대통령제의 결합 그 자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시로 다양한 정치 세력의 원내 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도 자체를 탓하기보다 인도네시아 신정치의 사례를 참고하여 다당제 정치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적 합의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제도가 형성시킨 정·부통령 제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직선제 실시 이후 네 차례 진행된 인도네시아 대선의 정·부통령 후보 조합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정치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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